[신용회복이야기]②IMF에 사업 부도·투자사는 유령업체…노동현장서 2의인생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사업이 결국 부도가 났고 채권자들은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독촉과 압박을 하기 시작했어요. 채무를 갚기 위해 필리핀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러 갔지만 어느 날 아침에 잠을 자고 있던 저에게 흑인이 총을 겨누었죠."


 사업자 A씨는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자금 위기에 몰렸다. 끝까지 사업을 지켜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2001년 7월 사업체는 최종 부도가 났고 이후 채권자들은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독촉과 압박을 A씨에게 쏟아내기 시작했다.


 독촉에 스트레스를 받던 A씨. 채무를 갚기 위해 필리핀 수비크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러 떠났다. 


 "투자를 유치한 업체는 유령업체였습니다. 결국 사기를 당한거죠. 친구의 권유로 투자했는데 참 억울했어요."


 A씨는 투자금을 받기위해 우선 필리핀에 거주하고 있는 투자처 사장의 집을 찾아 보름정도를 머물렀다. 그러다 어느 날 아침 잠을 자고 있는 A씨에게 흑인 2명이 총을 겨누었다. A씨와 투자처 사장의 다툼을 지켜본 사장의 아내가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이미 지갑과 여권을 잃어버린 빈털터리 A씨는 결국 투자처 사장집에서 쫓겨났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는 결국 한국에 있는 부인에게 연락해 여비를 보내달라 요청했고 현지에서 임시 여권을 발급받가 한국으로 귀국했다.


 귀국 이후에도 신경성 위염으로 아팠던 그는 잠시 사찰에 머물면서 회복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회복 후 돌아왔을 때 부인은 먹고 살기 위해 식당으로 일을 다녔고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15만원인 단칸방에서 지내고 있었다.


 "저 때문에 고통을 받는 아내가 너무 안타까웠고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분하고 억울했습니다. 하루를 넘기기 힘들 정도로 어려웠지만 인생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보자고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


 하지만 필리핀 투자처로부터 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그는 채권자들이 사기죄로 고발하면서 기소중지 기간 7년을 받게 됐다. 기소중지는 검사가 일시적으로 수사를 중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소중지 제약으로 직장을 구하기가 힘들었다. 결국 새벽 인력 시장을 찾았다. 아무정보도 없이 안전화와 작업복만 입고 인력시장에 나가 노동경험이 많은 사람들과 자판기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처음으로 일을 받게 됐다.


 "일이 없어서 하루를 공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어요. 첫날부터 운이 좋게 일을 하게 된거죠."


 노동현장에서 처음해본 일은 공장신축공사장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었다. 그때 A씨의 나이 38세. 막노동은 처음인데다 일머리와 요령이 없어 힘들었지만 시키는대로 열심히했다고 전했다.


 하루 일을 마치고 일당 4만원을 받아 집으로 귀가를 했다. 집에 돌아온 그를 본 부인은 우리가 꼭 이렇게 살아야 하냐고 울먹였다. 무척 괴롭고 힘들었다고 그는 그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약 8년의 시간동안 이를 악물고 열심히 일을 배웠다. 작업복은 물론 머리카락과 얼굴에도 시멘트 물이 묻어 씻는것 조차 버거웠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드는 점점 숙련공이 됐고 배관설비 분야라는 기술을 익히면서 3년동안 일을 했다. 


 "경찰 구치소 증축 현장에서 일을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당시에도 기소중지 기간이었는데 구치소가 증축되고나면 내가 이 건물 안으로 잡혀들어오는 건 아닐까 걱정도 했죠."


 A씨는 기소중지 7년의 기간동안 지나가는 경찰만 봐도 무서웠다. 노동을 하고나서 일당을 주지 않는 악덕업체를 만나도 하고싶은 말을 못한 적도 수차례다. 


 기소중지가 해소되고 나서야 그는 채무상환을 위해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갔다. 


 "저는 현재까지도 채무상환을 이행하고 있는 중이예요. 지금은 막노동 현장보다는 조금 더 나은 직업을 선택해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준 아내와 신용회복위원회 직원분들에게 감사드려요. 또 저에게 투자하고 고통받은 지인분들에게도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메트로서민금융이 연재하는 [신용회복이야기]는 신용회복위원회와 함께 역경을 극복하신 채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수기집 '다시 찾는 희망이야기'를 토대로 작성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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